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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순간]


네덜란드 Part 1.

네덜란드 먹거리 이야기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이탈리아에서는 피자와 파스타, 프랑스에서는 에스까르고와 바게트, 미식의 불모지라 통하는 영국에서조차 '피시앤칩스'라는, 영국을 대표하는 메뉴가 있는 반면 네덜란드는 여전히 아리송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음식을 떠올릴 수 있는 분이 혹시 있을까? 펜데믹으로 인해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고 다시 찾은 암스테르담에서 무엇을 먹어야 야무지게 먹었다 소문이 날까 궁리 끝에 찾아낸 먹거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자튀김

 

감자를 두툼하고 길쭉하게 썰어 튀겨낸 감자튀김을 두고 프랑스는 ‘프렌치 프라이’라며 본인들이 원조라 주장하고 벨기에는 ‘벨지안 프라이’라며 같은 주장을 한다. 감자튀김을 둔 두 나라의 신경전은 꽤나 진심인데, 맥도날드 등 미국식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감자튀김은 이미 ‘프렌치 프라이’로 많이 알려졌지만 이에 벨기에는 본인들이 감자를 언제부터 먹었는지에 관한 역사적 기록부터 프랑스는 와인이 주력이고 벨기에는 맥주가 주력인데 대체 어디가 감자를 더 선호하겠느냐는 합리적(?)인 주장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본인들이 원조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 와중에 네덜란드는 두 나라 간의 신경전을 관망하며 조용히, 그리고 은밀하게 감자를 튀긴다. ’더치 프라이’, ‘홀란드 프라이’ 같은 명칭에는 관심이 없다.

 

 

 

 


거기까지 가서 고작 감자튀김이 왠 말이야 싶을 수도 있지만 이 동네 감자는 한국에서 자주 먹는 감자와는 식감 자체가 다르다. 갓 튀겨낸 두툼하고 따끈한 감자에 고소한 마요네즈를 듬뿍 얹어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네덜란드에 발을 들이기 이전엔 감자튀김과 마요네즈는 생각도 해본 적 없던 조합인데 의외로 이 둘이 아주 찰떡 궁합이다. 물론 네덜란드의 마요네즈와 한국의 마요네즈는 맛에 있어서 약간, 아니 어쩌면 제법 큰 차이가 있기도 한데 뭐가 됐든 중요한 점은 네덜란드에서 감자튀김엔 케찹보단 마요네즈라는 것이다. 반드시 유명 맛집에서 사먹어야만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한 집이 아무래도 회전률이 빠르다보니 갓 튀긴 따끈한 감자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은 기억해두자.

 

 

 

Vlaams Friteshuis Vleminckx

 

주소 : Voetboogstraat 33, 1012 XK Ams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 11:00~19:00 


 


 

 

스트룹 와플

 

감자튀김 다음으로 강세인 것은 바로 스트룹 와플. 스트룹 와플은 두 장의 아주 얇은 와플 사이에 시럽이 들어있는 것으로 따뜻한 커피 위에 올려두면 커피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으로 와플도 촉촉해지고 시럽도 살짝 녹으면서 쫀득과 끈적의 중간 정도 상태가 된다. 와플을 한 입 베어 물고 쓴 커피를 한 모금 머금으면 쫀득한 와플의 식감과 달콤한 시럽의 맛, 그리고 커피 향기가 확 올라오면서 정말 황홀한 기분이 든다.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에 스트룹 와플들이 말그대로 산처럼 쌓여있다.

 

스트룹 와플이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기념품으로 자리매김을 하면서 기념품 가게나 공항에 가면 이걸 정말 발에 치이도록 쌓아놓고 파는게 현실이라 특별할 것도 없긴 하지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을 하게 되어서인지 스트룹 와플을 손으로 만드는 곳은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전통 방식 그대로 손으로 만든 스트룹 와플을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가게

 

Banketbakkerij Lanskroon

 

주소 : Singel 385, 1012 WL Ams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 9:00~17:00 

 

 

 

Coffee shop? Café?

 

 

암스테르담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땐 조심해야한다. ‘coffee shop’이라는 간판을 내건 곳들은 커피가 아니라 대마초를 판매하는 곳이다. 담배 형태로 된 대마초도 팔고 대마 브라우니, 대마 쿠키 등 말 그대로 마약 브라우니와 마약 쿠키를 판다. 마음 편히 커피를 마시려면 ‘coffee shop’이 아니라 반드시 ‘cafe’로 가야한다. ‘스스로 책임질 수 있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자유는 금지되어서는 안된다’ 는 것이 네덜란드의 기본 사상이지만 한국은 속인 주의(행위를 한 지역이 아니라 그 사람의 국적에 따라 법을 적용하는 것)를 따르기 때문에 한국인은 네덜란드든 어디서든 마약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 네덜란드에서 마약을 허용하든 말든 한국인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하링

 

 ‘날생선’이라는 식재료 그 자체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기에 쉬이 도전해보라 권하기는 어렵겠지만 네덜란드 전통 음식을 이야기하며 하링이 빠질 수는 없다. 하링은 청어를 염장하여 다진 양파, 피클과 함께 먹는 음식으로 14세기경부터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덜란드는 청어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염장’하는 특유의 방식을 개발하며 전 유럽에 걸쳐 청어 무역에서의 우위를 꽉 잡았다. 네덜란드가 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고 조선술, 항해 기술 등이 발전한 것에는 하링의 공도 크기에 ‘암스테르담은 청어 뼈 위에 건설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링은 푸드 트럭이나 스낵바 등에서 꽤 쉽게 만날 수 있고 이 것만으로 식사를 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여 보통은 빵을 곁들이거나 아예 샌드위치 속에 넣어 먹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래 ‘하링’ 자체는 단품 요리가 맞다. 감성이라곤 1도 없는 비주얼에 무척 비릴 것 같지만 비린 맛보다는 생선 지방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이 더 크다. 하링만 먹다보면 물릴 수가 있는데 중간 중간 양파와 피클을 곁들이면 완벽하다. 맥주 한 잔과 함께라면 더더욱!

 

  

 

 

 

그리고 치즈!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진 고다 Gouda 치즈(현지 발음은 '하우다')와 에담 Edam 치즈가 바로 네덜란드 치즈의 대표 주자이다. 하지만 꼭 이 둘이 아니어도 암스테르담 곳곳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혜자스러운 시식을 시켜주는 것으로 유명한 ‘Cheese & More by Henri Willig’와 공항 면세점 등에서 쉬이 만날 수 있는 ‘Old Amsterdam’ 등 치즈샵이 즐비하다. 다양한 치즈와 음료를 함께 하는 ‘치즈 테이스팅’이 가능한 곳도 꽤 많이 있다. 

 

 

 ▲ 알록달록함을 뽐내는 Cheese & More by Henri Willig 

 

 

치즈는 간식거리나 안주거리일 뿐 식사거리는 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곳은 바로 레스토랑 Smelt. 이 곳은 퐁듀 전문점이다. 퐁듀 자체는 네덜란드 음식이 아니지만 치즈를 식사 메뉴로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최적의 선택이란 점에서 참 영리한 식당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규모에 사람들은 항상 바글바글하지만 그 번잡함을 뚫고 꼭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단, 100% 예약제이므로 사전에 반드시 예약하고 방문할 것! 어떤 치즈를 택하느냐에 따라 그날 식사의 풍미가 완전히 달라지니 선택이 어려울 때는 반드시 직원의 설명을 듣자.

 

 

 

 

Restaurant Smelt


주소: Runstraat 12, 1016 GK Amsterdam, 네덜란드
운영시간 : 평일 17시 30분 ~ 23시 30분 (화 휴무)
             주말 12시 ~ 23시 30분 (브레이크 타임: 16시 ~ 17시 30분)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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