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여행]
국회의사당
글 _ 김예슬 (작가)
▲여의도 국회의사당
서울은 공원의 도시다. 서울숲공원, 여의도 한강공원, 선유도공원, 어린이대공원 등등. 도심을 가로지르는 폭 넓은 강을 따라 곳곳에 봄기운을 만끽할 만한 곳들이 있다. 여기에 도시 안에 있는 왕릉과 캠퍼스까지 합친다면 주말 소풍 장소로 골라 갈 만한 선택폭이 넓어진다. 서울 속 공원이라는 이름 아래에 국회의사당도 넣는다면? 아마도 의아할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국회의사당은 당시 유명한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한 조각공원 같은 곳이다.
국회의사당은 1975년 완공되었다. 처음에는 남산에 지어 지기로 했는데 부지가 바뀌면서 설계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남산 설계작에서 1위를 했던 건축가는 김수근이었다. 안영배, 김정수, 이광노, 김중업 등이 참여했던 설계 공모였다. 부지 변경으로 설계를 다시 받았는데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 데다가 일반공모도 함께 실시해서 앞서 설계공모에 참여했던 건축가들이 이탈한다. 남아있는 건축가들과 일반 공모에 참여하여 우수상을 받았던 건축가 등 여러 사람들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붕 없는 모던한 국회의사당 설계안을 만든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이 진행되었지만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당시로서는 지붕이 없이 평평한 모양이 이상하다는 평이 많았고, 기와를 올려 전통적인 이미지를 강조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들려왔다. 결론적으로 이 돔을 얹게 되었다.
▲국회의사당 기둥
국회의사당을 보면 기둥이 일직선 지붕과 돔을 받치고 있는 형태다. 기둥은 총 24개인데 1년 24절기를 상징한다. 원형이 아니라 팔각기둥인 것은 우리나라 8도를 의미한다. 1년 24절기 24시간 내내 국민과 국가 안녕만 생각하라는 엄중한 명령을 건물에 새겨 넣은 것이다.
▲국회의사당 입구 김세중 조각
상징으로 가득한 건물 만큼이나 주변에 조각상이 많다. 대문에서 보이는 해태, 국회박물관 옆에 있는 안중근 의사상, 국회도서관 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 홍진 선생상, 사랑재 주변에 있는 석재물 등만 따라 걸어도 꽤 긴 산책코스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위치에 있는게 조각가 김세중 작품이다.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분수대 ‘평화와 번영의 상’(1978)과 국회의사당 계단 양쪽에 있는 ‘애국애족의 군상’(1976)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김세중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고 생각하 실지도 모르겠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동상 제작자라는 설명을 덧붙이면 비로소 친숙하게 느끼실 듯 하다. 덧붙이자면 국회의사당에 있는 김세중 조각상들을 두고 외형이 서구적이라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건물에 놓인 작품으로써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실제로 피할 수 없는 사유로 철거된 작품도 있다. 국회의사당 본관 안에 있던 이순신 동상이 그 예인데, 조각가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90년대에 경복궁 앞 조선총독부가 폭파되었듯 상징적인 건물 안에서는 작품 역시 늦더라도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예약을 통해 국회의사당 내부 본회의실 로텐더홀을 구경할 수 있다. 다만 로비에서 안내자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본회의장 2층으로 이동해야해서 내부 구석구석을 볼 수 없다. 내부 인테리어에 참여한 예술가로 유강열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김중업, 유택렬 등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던 진해 ‘흑백다방’ 멤버로 공예가이자 판화가다. 건물 내부 타일, 타일 벽화, 창틀, 파티션 등 모두 그와 그의 공예가 제자들의 손길이 묻어있다. 본회의장 1층에 설치된 국회의원만 출입 할 수 있는 십장생 민화가 새겨진 문도 그의 작품이다. 뉴스에서 팔각형 패턴이 새겨진 육중한 목재 문을 보신다면 ‘아, 유강열의 작품이구나!’ 알아보는 재미가 생기실 것이다.
▲강변서재 사진
국회의사당 주변에 앞서 소개한 사랑재 옆에 있는 강변서재가 있다. 카페로 운영되는 공간인데 여의도동 1번지에서 한강뷰를 보며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을 옆에 두고 마시는 커피는 어쩐지 더 특별한 기분이다. 카페 내부에서는 한강과 사랑재 한옥이 꽃과 함께 어우러져 설레이는 경치를 만들어낸다. 내부에 ‘대한민국 국회 강변서재’라는 문구가 적힌 에코백이나 수저세트 등 굿즈도 판매하니 둘러보시면 여행 온 기분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다.
▲국회도서관 내 전시실
국회의사당 뜰을 걸으며 산책을 하고, 강변서재에서 커피를 한잔 즐기셨다면 국회도서관 안에서전시를 보시는 건 어떨까. 도서관 1층 한 켠에 임시정부에 대한 전시공간이 있다. 전시품은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홍진 선생이 해방 후 가져온 임시의정원 관련 문서를 후손이 국회도서관에 기증한 것들이다. 대한민국과 우리나라 국회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의미로 가득해서 사진과 영상, 전시품을 들여다보며 꽤 오래 머물게 된다.
▲국회의사당에서 본 여의도 풍경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국회의사당은 대통령 취임식이 진행되는 장소이자 정해진 선거일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의견을 모으는 장소이다. 그 이전에 국민과 시민이 언제든 드나들며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물론 평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만 말이다. 계절이 봄이 왔듯 여의도 1번지에도 우리 모두가 느긋하게 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돌아오기를 바래본다.
김예슬 작가 : 휴가를 내지 않고도 주말을 여행자처럼 쓰기 위해 건축 여행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오래된 건축물을 찾아 전국을 여행했고 1,000곳이 넘는 건물을 기록했다. 대학에서는 국문학과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저서로는 서울의 근현대의 시간을 간직한 54곳의 건축 여행지를 담은 "서울 건축 여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