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움]
과거와 현대의 미학
-남원-
과거와 현대의 미학, 남원
남원의 오래된 전통, 어쩔 수 없이 『춘향전』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부끄럽게도 그보다 더 먼저 머릿속에 자리 잡는 것이 있다. 추어탕이다. 남원의 추어탕은 맛있기로 유명했으니, 맛으로 이 지역을 기억하고만 있었다. 그 안의 역사적, 예술적인 깊이가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른 채. 뜨거운 여름 이후 찾아간 남원에서 색다른 이야기를 만났다.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재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발길이 닿는 곳곳마다 사유하고 사고하게 만드는 곳이 있었다.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원과 남원 시립 김병종 미술관이 그러했다.
우주를 표현한 정원, 광한루원
광한루원은 『춘향전』에서 그네 타는 춘향이에게 이몽룡이 반한 곳으로 나온다. 문화유적지라고 해서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광한루원은 조선 세종 원년(1419)에 황희가 자연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던 곳이다. 이 정원은 신선의 세계와 우주를 표현했다고 한다. 연못은 은하수, 연못 한가운데에는 신선을 상징하는 3개의 섬을 만들었다. 각각 백일홍, 대나무, 영주각이라는 정자를 세웠으며, 지상 낙원을 상징하는 연꽃도 수면 위에 떠다닌다. 아쉽게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정원의 풍경 일부분은 1639년, 1794년 그리고 1964에 차례대로 복원된 모습이다. 대부분 정유재란 때 불에 타 소실되었다고.
우주를 표현한 정원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그 풍경이 조금 색다르게 보인다. 우거진 버드나무가 차가운 바람에 가지를 흩날리고, 얼지 않은 연못 아래에는 거대한 잉어가 헤엄친다. 연못가로 가까이 가니, 아치 형태의 돌다리와 광한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라도 올라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고 싶게끔 보인다.
남원의 맛을 만나러, 추어탕거리
미꾸라지를 넣어 끓이는 보양식 추어탕.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A·B·D가 풍부해 기력 보강에는 최고다. 특히 겨울에는 뜨끈하게 끓인 추어탕만큼 언 몸을 녹일 식사는 없을 터. 남원 추어탕들은 다른 곳에 비해 미꾸라지 길이가 짧고 몸통이 동글동글하다. 맛이 좋고 비린내가 적어서 처음 먹어도 거부감이 덜하다. 광한루원 주변에는 20여 개의 추어탕 식당이 모인 추어탕거리가 있다. 1959년에 문을 연 식당부터 다양한 가게들이 있으니, 원하는 곳에 들어가 뜨끈하게 추어탕 한 그릇 비우고 오면 된다. 어디든 맛이 다르겠지만, 어디든 다 맛있을 것이다.
남원의 예술을 담다, 남원 시립 김병종 미술관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이지만, 남원 출신의 김병종 작가의 대표작을 기증받아서 개관했다고 한다. 미술관이라서 그런가, 건물부터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 네모반듯한 건물은 하얗고 깨끗하다. 겨울의 풍경 속에서 고고하게 빛난다고나 할까.
미술관에는 김병종 작가의 작품 400여 점이 있다. 그중에서 수십 점을 전시 중인데, 작가는 남원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미술관은 3개 구역으로 나뉘며, 20세기 한국 미술사에 영향을 끼친 작가를 선별하여 소개하는 시리즈전시 구역, 창밖의 지리산을 그림처럼 감상할 수 있는 구역, 빛과 어둠을 활용한 구역이 있다. 단순히 미술관이라고 해서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닌,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 전체를 모두 누리고 감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야외의 찬바람에 몸이 얼었다면, 갤러리 2 구역에 가서 가만히 그림 같은 지리산 풍경을 눈에 담아도 좋겠다.
오래된 목조 폐역, 구 서도역
나무로 만들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폐역이다. 1932년, 일제강점기 시절 수탈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으로, 옛 모습을 고스란히 잘 보존하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나오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가게 되었다고. 목조로 만들어진 폐역, 그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남다르다. 쓸쓸한 겨울의 풍경, 그리고 이제는 이용하지 않는 폐역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핫플레이스로 유명해지면서 기찻길과 건물을 두고 인증사진을 남기는 이들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의외로 건물은 튼튼하고 멀끔하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는 있지만, 무너질 듯 위태로운 느낌은 없다. 운이 좋다면 눈이 내리는 날의 기찻길과 역사의 풍경을 만날 수도 있겠다. 주변에는 조형물도 있으니 산책하듯 둘러보며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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