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예술이 있는 풍경, 로마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서구 문명은 고대 로마 제국에서 출발했으며 이후 예술의 판을 바꿔놓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역시도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와 카라바조 등 미술에 관심없는 이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세계적인 거장들이 모두 이탈리아의 땅에서 나고 자라 이탈리아의 예술에 혼을 입혔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예술을 빼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 그 감동을 좇아 로마를 걸었다.
바로크 시대의 대표 주자, 로마
로마는 로마 제국의 수도로서 번영을 누렸던 도시이자 명실상부 이탈리아 여행의 중심지다. <글레디에이터> 속 검투사들이 드나들었던 콜로세움과 <로마의 휴일>의 오드리 햅번이 젤라또를 먹었던 스페인 광장, 거짓을 고하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 등 ‘이탈리아’라고 하면 바로 연상될, 우리에게 친숙한 곳들은 대개 로마에 있다. 미술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보면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연 카라바조의 작품들,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베르니니의 작품들에 주목할 수 있다.
조반니 로렌초 베르니니
베르니니라는 이름이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이탈리아의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조각가로, 로마 전역에 그의 흔적이 남아있을 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베르니니는 로마를 위해 존재하고, 로마는 베르니니를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발 닿는 곳마다 베르니니가 설계했거나 베르니니가 만들었거나 더불어 베르니니의 영향을 받은 이들이 작업한 것들 천지기에 로마라는 도시는 사실상 베르니니의 거대한 건축 갤러리라고도 할 수 있다.
베르니니와의 산책,
미술관 바깥에서 만나는 베르니니의 흔적들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
로마의 4대 성당 중 한 곳으로 로마 가톨릭의 성지이기도 하다. 베르니니가 잠들어 있는 이 곳에서는 베르니니의 ‘아기 예수를 안은 성 기예타노’ 조각을 만날 수 있다.
베르베리니 광장의 트리토네 분수와 아피 분수
아피 분수 아래쪽의 꿀벌 3마리는 베르니니의 최대 후원자였던 바르베리니 가문을 상징한다. 이 근처는 노천 카페와 식당 등이 있어 여유로이 걷기에도 좋다.
트래비 분수
로마의 분수 중 가장 유명한 분수. 베르니니가 직접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의 설계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곳에 동전을 하나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된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이 또한 잊지 말자.
스페인 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햅번이 젤라또를 먹었던 바로 그 스페인 광장의 계단 아래 쪽엔 난파선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작은 분수가 있다. 이는 베르니니가 만든 수많은 분수 중 가장 소박한 것으로 꼽힌다.
천사의 다리
산탄젤로 성으로 가는 다리엔 천사의 모습을 한 석상들이 즐비하다. 이 석상들은 본래 베르니니가 만들었지만 진품들은 현재 산탄드레아 델레 프라테 성당에 따로 보관 중이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다리 위의 석상들은 베르니니의 제자들이 똑같이 만든 복제품이다.
성 베드로 광장
성 베드로가 순교한 곳에 지어진 바티칸 시티의 성 베드로 광장은 베르니니가 설계한 곳이자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공간이다. 광장은 열쇠의 형상을 닮았는데 이는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성 베드로를 상징하는 것이다.
성 베드로 성당 내, 성 베드로의 의자
성 베드로 상의 발을 만지면 그 동안의 죄가 모두 씻긴다 하여 사람들은 대개 그의 발을 만지는 일에만 집중하곤 하는데, 의자와 청동 장식도 눈여겨 보자. 이는 베르니니가 직접 작업한 것이다.
예술보다 더 달콤한 로마의 젤라또
아이스크림 = 젤라또 로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격히 말하자면 이 둘은 결코 같지 않다. 아이스크림은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는 쪽에 가깝고 젤라또는 쫄깃거린다 싶을 정도의 식감이라 좀 더 먹는 재미가 있다. 그렇다면 어딜 가서 젤라또를 맛봐야할까? 여행자들 사이에서 ‘로마의 3대 젤라또’라 불리는 곳들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꼭 그 집들이 아니어도 어딜가나 다 맛있기에 실패 확률은 적은 편이다. 젤라또 가게가 보일 때마다 틈틈이 맛보자. 로마에서 1일 1젤라또는 기본이다.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