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다가올 여름, 베로나를 만끽하는 세가지 방법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여름밤을 기꺼이 지새우게 만드는 세계적 오페라 축제인 <베로나 오페라 축제 Arena di Verona Opera Festival>가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또한 베로나는 그 유명한 러브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지이자 느긋한 산책으로 여행자의 마음에 오래 남을 사랑의 도시. 당신의 이탈리아는 베로나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뉠지도 모른다.
100년의 역사, 베로나 오페라 축제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주세페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13년 8월 첫 공연을 시작, 이후 세계 대전과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인해 중간 중간 취소된 적도 있긴 했지만 오랜 세월 꾸준히 개최되며 2023년 올해 100번째 시즌을 맞았다. 이 축제가 더욱 특별한 것은 2000년(서기30년) 전에 지어진 원형 경기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기장은 로마의 콜로세움보다도 더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유효 좌석수가 3만개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오랜 세월을 거쳐 오며 지붕이 사라지고 외벽이 손상된 것을 제외하면 보존 사태는 썩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보존 상태 그 자체보다 더 대단한 점은 작은 소리도 구석자리까지 잘 전달되도록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어 그다지 특별한 음향장비 없이 공연이 가능하다는 점. 2000년 전의 건축 기술이 새삼 놀랍다.
축제 기간
올해 축제는 6월 16일부터 9월 10일까지.
티켓 가격
공연마다 다르고
같은 공연이라도 자리마다 30유로에서 300유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므로
공식 홈페이지에서 직접 확인 후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https://www.arena.it/
관람 팁
공연은 대개 밤 9시에 시작하고 끝나면 12시, 1시가 되는 일은 예사.
아예 베로나에 숙박하는 일정을 추천.
다들 비슷한 마음이기에 이 시즌에는 숙소 예약을 서두르자.
베로나 제 1의 명소, 줄리엣의 집 Casa di Giulietta
베로나가 기꺼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지로 알려진 이유는 줄리엣의 집이라 알려진 집이 떡 하니 있기 때문이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향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 발코니와 마당이 있는 집. 그리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하지만 이 집이 실제 줄리엣 가문이 거주했던 곳이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그 정통성은 베로나 시에서 지정했다는 점이 유일하다.
어찌됐든 사람들이 절반쯤은 장난으로, 그리고 절반쯤은 진심으로 이 집에 들락거리며 벽이란 벽마다 사랑의 메세지를 남기고 자물쇠를 걸어두는 통에 집은 사랑의 언어로 난리통이다. 달콤한 사랑의 언어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사진을 찍어보자.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
베르나를 제대로 즐기는 산책 코스
오페라 축제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어도 베로나는 충분히 멋진 곳이다. 중세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광장과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의 건축물, 소박한 골목이 줄줄이 이어져 산책할 멋과 맛이 가득하다.
▶ 추천 코스 : 에르베 광장 > 시뇨리 광장 > 람베르티 탑 > 두오모 > 피에트라 다리
에르베 광장 Piazza Erbe
에르베는 약초라는 뜻으로 그 이름답게 예전에 약초 시장이 크게 열렸던 곳이라고 한다. 활기찬 분위기의 광장은 한쪽의 코르타 문Arci della Corta을 통해 시뇨리 광장과 바로 연결된다.
시뇨리 광장 Piazza dei Signori
에르베 광장에 비해 한적하고 아담한 느낌. 피렌체에서 외교사절단 역할로 베로나를 방문했던 단테의 동상과 람베르티 탑이 솟아있다.
람베르티 탑 Torre dei Lamberti
84미터 높이의 탑.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베로나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탑에서 보이는 베로나 시내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우니 반드시 올라보자.
두오모 Duomo
규모 자체는 별로 크지 않지만 내부는 제법 세심하게 꾸며져있다. 1500년대에 그려진 티치아노의 성모 승천 제단화와 돔 프레스코화를 눈여겨보자.
피에트라 다리 Ponte Pietra
베로나를 휘감아 흐르는 아디제 강 주변을 따라 산책하다보면 마주하게 되는 다리.
베로나 가는 법
밀라노와 베네치아 등에서 기차로 1~2시간이면 베로나에 닿을 수 있다.
Verona Porta Nova역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15분이면 베로나 구시가지에 들어선다.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