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순간]
네덜란드 Part 2.
풍차 마을로 떠나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근교, 잔세스칸스 여행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네덜란드라고 하면 자동으로 튤립과 풍차가 연상된다. 튤립은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만 시내에서 풍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암스테르담에서 아주 가까운 근교로 나가면 이 일이 가능하다. 오늘은 풍차 마을 잔세스칸스에 대해 소개해본다.
암스테르담 북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 잔세스칸스에는 18세기까지만 해도 700여개의 풍차가 있었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 철거되고 아주 일부만 남아있다. 17~18세기의 목조 건물과 크고 작은 풍차, 잔 강과 초록초록한 초원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말 그대로 동화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마을 규모가 크지는 않아 전부 도보로 돌아볼 수 있고, 당일치기 코스로 아주 좋다. 서둘러서 둘러본다면 반나절만에도 전부 둘러볼 수 있다. 그렇지만 건축물 하나하나가 모두 작은 박물관 혹은 가게여서 꼼꼼히 둘러볼수록 재미가 있는 곳이니 여유롭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네덜란드의 핫초코
기차를 타고 Zaandijk Zaanse Schans에서 하차한 후 15분 가량 걸어가면 본격적으로 풍차 마을의 분위기가 시작된다. 가는 길을 몰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게 이 역에서 하차한 사람들은 모두 이 마을로 향하는거라 적당히 따라가면 그만이다. 마을까지 걸어가는 동안 혹시 이 동네 공기에서 달짝치근한 향을 느꼈다면 그건 들뜬 기분 탓이라거나 착각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 동네에서 미는 주력상품이 초콜렛, 특히 핫초코이기 때문! 이 동네의 단점이 제대로 된 맛집이나 카페가 없다는 점인데 그 와중에 핫초코는 꽤 여기저기서 판다. 멋대가리 없이 종이컵에 담아준다는게 흠이긴 하지만 말이다.
네덜란드의 핫초코 산업은 1600년대 초 신대륙에서 처음으로 카카오 열매를 가져오면서 시작되었다. 네덜란드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잘나갔던 식민지 강국이었기에 여러 식민지에서 다양한 향신료를 마주했고 그 중에 카카오 열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히 카카오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기술도 발달, 네덜란드의 초콜릿 관련 상품은 오늘날까지도 우수한 수준으로 남아 있다. 이 동네에만도 두 개의 초콜릿 회사가 있다.
아! 개인적으로는 핫초코는 모든 여정을 마친 뒤 기차역 안에서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마시면 그 맛과 향에 녹아내려 ‘동네 구경이고 뭐고..’ 하며 퍼져버릴 수 있다.
잔세스칸스와 풍차
역에서부터 마을 초입까지 걷다보면 길 모퉁이에 거대한 몸집의 첫번째 풍차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 풍차는 과거 밀가루를 빻는데 쓰였던 녀석이지만 현재는 가동하지 않는다. 이 풍차를 지나면 도개교가 있고 이 도개교를 건너면 그때부터 본격 마을 구경이 시작된다.
사실 이 마을은 예전 모습 그대로인 곳은 아니고 인위적으로 조성한 곳이라 일종의 민속촌 같은 곳이기는 하지만 작정하고 꾸민 작위적인 느낌은 들지 않고 뭐가 됐든 암스테르담 근교 중 가장 특색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예전에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가 잠시 이 동네에 들렀다가 그 풍광에 반해 몇 달 동안 눌러 앉아 이 동네 풍경을 화폭에 여럿 남기기도 했다.
잔세스칸스에 위치한 풍차의 용도는 상상이상으로 다양하다. 밀을 빻아 밀가루로 만드는 풍차부터 목재 제제소로 쓰인 곳도 있고 향신료를 빻는 풍차도 있다. 그 커다란 날개를 돌려 발생하는 힘으로 정유를 하기도 한다. 페인트와 안료를 만드는 풍차도 있다. 거대한 산업용 풍차 외에 개인의 농장에서 쓰인 소형 풍차들도 있다. 이들은 밭에서 물을 퍼내는데 주력했는데 때로는 돌이나 모래를 분쇄하여 연마제로 만들어 농가에 추가수익을 가져다주었다고도 한다. 대부분의 풍차는 내부까지 구경해볼 수 있다.
네덜란드의 상징, 나막신
풍차가 아닌 작은 집들은 대부분 소규모 박물관이나 작업장, 기념품 가게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치즈 공장(무료 시식도 가능!)과 리큐어 양조장, 네덜란드에 마지막으로 남은 백랍 주물 공장, 골동품 가게와 와플집, 초콜릿과 땅콩을 판매하는 집 등 그 색깔도 다양하다. 네덜란드의 과거 생활상을 슬쩍 엿볼 수 있는 곳들이다. 이중 가장 가볼 만한 곳은 바로 나막신 박물관. 바다를 메꿔 만든 나라, 네덜란드(Nederland)라는 단어 자체가 Neder(낮은) land(땅)이라는 의미인데다가 실제로 네덜란드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지역에 해당한다. 간척지 특성상 땅이 질척거려 일반적인 신발 보다는 나막신을 많이 신었다고 하는데 잔세스칸스의 나막신 박물관에서 다양한 나막신들을 구경할 수 있고 나무를 깎아 나막신을 만드는 모습(예전에야 전부 손으로 했겠지만 지금은 기계가 자동으로 신나게 깎는다)도 볼 수 있다. 기념품 상점의 규모도 제법 크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동화 같은 풍경 속 주인공이 되어 인생샷을 남기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앞서 언급했듯 이 동네는 먹을 곳이 마땅찮으니 간단히 요기만 하고 제대로 된 식사는 암스테르담에 돌아와서 하는 것을 권한다.
덧, 양이나 닭들이 나와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풀을 뜯고있는 때가 흔하니 너무 놀라지말자.
잔세스칸스 가는 법
기차
기차 정보: 암스테르담 중앙역
하차 위치: Zaandijk Zaanse Schans
배차 간격: 10~20분 (유동적)
소요 시간: 17분
총 소요시간: 32분(기차 17분+도보15분)
버스
버스 정보: 암스테르담 중앙역
하차 위치: 종점 (돌아올 때도 같은 곳에서 승차)
배차 간격: 15분(1시간에 4대)
소요 시간: 40분
총 소요시간: 45분(버스 40분+도보5분)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