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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순간]


제주 한달 살기_PART 2.

 

 

글 / 사진 _ 길정현(여행작가)


 

 

 

 

 

 

 제주에선 일년 내내 귤 따기 체험이 되나요? 

 

 

  제주에 오시는 분들 중 귤 따기 체험 등을 해보고 싶어하시는 분들(특히 아이 있는 집)이 많으실텐데 1년 내내 귤이 있는건 아니다보니 이것도 되는 시기가 정해져있다. 보통 귤 따기는 11월 말에서 1~2월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그리고 열매가 있다고 해서 다 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따는 재미"에만 초점을 둔다면 할 수도 있지만 제 철이 아니면 정말정말 맛이 없다.

 

통상적으로 3월까지는 만감류(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따기 체험이 가능하고, 4~5월은 카라향이 제철이다. 하귤은 5월부터 열리기는 하나 그 이름에 걸맞게 한여름은 되어야 맛이 난다. 우리가 제주에 머물렀던 시기는 4월. 앞서 4월에 카라향 따기가 가능하다 언급했는데 금귤 따기도 가능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금귤'보다 '낑깡'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조그만 녀석을 말하는것 맞다!

 

이번에 금귤 따기 체험을 해보니 아이 있는 집에는 카라향보다 금귤이 더 좋을 듯한데, 일단 나무의 키가 작아 아이들 눈높이에 더 잘 맞고 손도 잘 닿고, 열매의 사이즈가 작아서 손맛 느끼며 충분히 많이 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따기 체험'에선 1kg 정도를 딸 수 있는데 한라봉이나 카라향 같은 애들은 4~5개만 따도 금방 1kg가 차버리기 때문에 정말이지 3분 컷 체험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이런 애들은 높은 곳에 달려 볕을 많이 받은 열매 큰 애들이 맛있는지라, 키 작은 아이들이 이런 열매를 골라서 따기는 다소 어렵다. 게다가 가져가는 열매가 워낙 소수이다보니 그 중에 1~2개라도 밍밍한 녀석이 있다면 뽑기 실패로 인한 실망감은 클 수 밖에 없다.

 

 

 

 

그에 반해 금귤은 일단 많이 딸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 반드시 맛있는 애들이 다수 들어간다. 엄청나게 많이 딸 수 있는데 그 많은 것들이 전부 다 맛없을 수는 없다. 이건 수학적인 문제로 대수의 법칙에 닿아있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간 금귤이 전부 다 맛이 없다면 그건 그 해 그 농장이 농사를 망쳤다고 보면 된다. 뽑기를 잘못한 내 탓이 아니라는 소리다.  

당시 21개월이었던 아이는 금귤따기를 무척이나 재미있어했다. 따기도 하고 딴 열매를 다시 나무에 붙이려고도 시도하고, 어른들에게 이걸 따라, 저걸 따라 명령하며 대장 노릇도 톡톡히 해줬다는.  

 

귤류 외에도 제주도에서 가능한 수확 체험은 꽤 여럿이다. 바나나, 블루베리, 레몬, 당근, 고구마, 콜라비 등이 일반적인데 요즘은 파파야나 용과, 패션후르츠 등 특수 과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으니 사전 조사 후 시기에 맞고 구미가 당기는 쪽으로 선택하면 된다. 또한 이런 류의 체험은 대개 서귀포(본래는 감귤도 제주가 아닌 서귀포 것이 더 알아준다)에 있으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동선이 너무 꼬이지 않도록 염두에 두자.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한창로 368
전화번호 : 0507-1417-6012
체험료 : 10,000원 (금귤 1kg 포함)
특이사항 : 수확철에만 체험이 가능하므로 반드시 전화로 사전 문의 후 방문

 

 


  

 

 

 

아이도 어른도 즐거운,

제주 해양동물박물관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곳을 찾는다면 아마도 아쿠아리움은 순위권 안에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곳을 다시금 소개하는 일은 생략하도록 하자. 오늘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있는 제주 해양동물박물관을 소개한다. 

 

이곳과 아쿠아리움과의 차이는 살아있는 생물을 만날 수 있느냐, 아니냐로 요약될텐데 여기 전시된 표본들은 모두 모형이 아닌 실제 표본(박제)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일단 거대한 개복치가 반겨주는데 얘 또한 진짜라는! 어쩌면 ‘이 박물관을 위해 수많은 해양동물들이 억지죽임을 당한 것 아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곳의 표본들은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요 개복치의 경우엔 2006년 7월 5일, 강원도 강릉시 기사문항에서 우연찮게 정치망 그물에 걸린 녀석이라는 것과 아직 덜 자란 상태에서 잡히는 바람에 이정도 사이즈이지만 완전히 성장이 끝난 상태였다면 이것보다 더 컸을거라는 부연설명까지 덤으로 전해들을 수 있었다.

 

 

 

전시실 내부에 전시된 동물들도 모두 실제 표본인데 이 곳의 장점은 파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래상어의 이빨이 얼마나 까끌까끌한지, 물개의 털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복어의 가시가 얼마나 따가운지 등을 모두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이 곳의 소장품들은 종으로는 약 350여종, 개수로는 10,000여 점에 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상어특별관이 아주 볼 만하다는 감상을 전해본다. 전세계적으로 상어는 약 450종이 있는데 그 중 우리나라에 40여종의 상어가 살고 있다. 이 곳의 상어특별관에서는 이 중 20종의 상어를 만나볼 수 있다. 고래상어, 백상아리, 귀상어, 환도상어, 은상어 등 이빨과 비늘, 형태가 제각각인 상어들의 특징을 코 앞에서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아이와 어른을 따질 것 없이 가장 인기인 녀석도 역시 상어여서 이쪽엔 항상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살짝 귀띔해본다.  

소장품들이 실한 것에 더불어 전시실 자체도 요즘 스타일로 세련된 편. 단순 눈요기 수준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양동물에 관한 호기심을 자아내고 흥미롭게 구경할 수 있도록 구성이 야무지게 잘 되어있다. 

 

 

 

 

 

그렇지만 이곳을 추천하는 이유는 소장품들과 전시실 때문만은 아니고 외부 공간이 무척 잘 되어있기 때문도 있다. 일종의 숲놀이터로 꾸려져있는 외부 공간은 아이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을 듯! 알록달록하면서도 유치하지 않게 아주 예쁘고, 관리도 잘 되어 너저분하거나 조잡하지않다. 망가진 채 방치되고 있는 시설 같은 것도 전혀 없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계절에는 이용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날씨가 허락하는 한은 아이와 함께 반드시 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보자.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689-21
홈페이지 : http://www.jejumarineanimal.com/
전화번호 : 064-782-3711
운영시간 : 9시부터 18시까지 (매주 수요일 휴관)
입장료 : 성인(만 19세 이상) 9000원, 청소년(만 13세~18세) 8000원, 어린이(36개월~만12세) 7000


 


 

 

 

 

  

 

인스타용 허세를 쏙 뺀 진짜 커피,

레이트벗커피



 
 다소 허술한 외부와 좁은 내부에 이런저런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놓여있어 요즘 유행하는 대형 카페나 뷰맛집으로 불리는 카페, 혹은 인스타 감성 카페들과는 약간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커피 맛 하나로 모든 것을 평정하는 곳. 단편적으로 보여지고 금세 휘발되어버릴 요소보다 성실하게 본질에 더 힘을 쏟는 이들이 여전히 건재함에 우리의 일상 또한 함께 빛나는 것이라 믿는다. 이 곳에서는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보다는 핸드드립을 강력 추천한다.

 

아무것도 안하고 멍 때리면서 할 수 있는 힐링과 무언가에 몰두하면서 할 수 있는 힐링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려운 시대, 다들 고단한 삶을 살다보니 전자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는데 살다보면 둘 다 필요하다. 레이트벗커피에서 보낸 시간은 완벽하게 후자 쪽 힐링이었다. 커피에 관해 이토록 심도 깊은 이야기를 오래도록 나눠본게 얼마만인지! 폴란드 출신 직원이 직접 만든 폴란드식 디저트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621 103호 (제주 해양동물박물관에서 차로 2분 거리)
홈페이지 : www.instagram.com/latebutcoffee
전화번호 : 010-4694-9436
운영시간 : 9시부터 19시30분까지
특이사항 : 비정기 휴무가 있을 수 있어 사전에 인스타그램 등에서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을 권장


 


 

 

 

 

 
메밀소주와 키위주를 만날 수 있는 곳,

술도가제주바당

 

 

제주의 술 하면 어떤 술이 떠오르는가? 편의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제주맥주와 한라산 정도일까? 그렇다면 질문을 다시 해보자. 이런 술들을 제외하고 전통주 중에 떠오르는 술이 있는가? 이 질문에 어쩌면 누군가는 오메기술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제주에는 오메기술 외에도 여러 전통주가 있다. 


우리가 요번에 찾은 곳은 제주 특유의 재료들과 감압식 증류법을 활용해 증류식 소주를 만드는 술도가제주바당이었다. 이 곳의 술들은 모두 전통 누룩과 제주화산 암반수, 그리고 제주 특산 재료들을 활용한다. 이 곳에서는 탁주와 맑은 술 모두를 만나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탁주를 즐기지않아 맑은 술 위주로 체험했다. 이곳의 맑은 술들은 모두 도수가 40도에 달하는데 높은 도수에 비해 목넘김이 부드럽고 굉장히 깔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메밀 이슬 : 제주 메밀로 만든 증류식 소주.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가 바로 제주도라는 사실을 아실런지? 제주도의 메밀 생산량과 재배 면적 모두 전국 1위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제주도가 메밀 주산지라는 사실은 외부에는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데 술도가제주바당에서는 제주에서 나고 자란 메밀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메밀 증류주인 ‘메밀 이슬’을 개발했다. 증류식 소주답게 도수가 높고 담금주가 아니기 때문에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 같은 것은 전혀 나지 않는다. 대신 메밀의 ‘향’은 은근하게 느껴져 이 술이 메밀로 빚은 술임을 절로 알게 한다. 

 

 

 

키위주 : 제주 키위로 만든 증류식 소주

 

 키위주는 감압식 증류법을 이용해 제주산 키위(제주에서 귤 다음으로 많이 키우는 과일이 바로 키위다)로 만든 키위소주다. 과일 소주라고 하면 과일을 갈아 넣은 생과일 주스 같은 모습이 연상되지만 역시 그렇지는 않고 아주 맑고 투명하다.   

 

이 술은 굉장히 독특한데 우선 키위의 달짝지근한 맛을 기대하고 마셨다간 충격에 빠질 만큼 키위 맛이 일절 나지 않는다. ‘키위주’의 ‘키위’가 그 키위가 아닌가 싶어 병의 라벨을 다시 살펴보면 뉴질랜드의 국조(國鳥)라는 키위새가 그려져있어 한층 더 혼란스럽다. 다만 목넘김이 끝나고 마지막에 굉장히 톡 쏘는 느낌이 있는데 이 맛은 영락없이 키위의 맛이 맞다. 이쯤 되면 라벨에 그러진 키위새가 일종의 페이크였음을 깨닫고 피식 웃을 수 있게 된다. 아무튼 키위만이 낼 수 있는 톡 쏘는 느낌의 산미야말로 이 술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술들과 달리 전통주는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고 심지어 새벽배송, 당일배송도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직접 그 곳에 가서 그 술을 잘 아는 누군가의 설명을 듣고 시음을 해본 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요즘은 이런 전통주 체험을 컨셉으로 하는 ‘양조장 투어’ 등도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전통주 시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또한 신토불이는 차치하더라도 국내 생산 제품을 먹고 쓰는 것은 분명 지구 환경에 덜 해롭다. 먼 나라에서 수입해온 와인과 맥주, 위스키 등에 비해 이런 술들이 발생시키는 탄소발자국은 훨씬 짧기 때문.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제주에서는 요런 녀석들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종달로5길 27 (양조장)
전화번호 : 064-783-1775
특이사항 : 온라인 상에 많이 소개된 양조장은 종달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전화해서 확인하니 시음은 다른 곳으로 안내해주셨다.

방문 시간 등도 사전에 정하고 방문해야하니 반드시 미리 통화 필요

 

 


 

 

길정현 작가 :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한 후, 대한항공에 11년 째 근무하며 틈틈히 여행을 다니고,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이탈리아 고작 5일>, <그리하여 세상의 끝 포르투갈>, <프로방스 미술 산책>, <고양이와 함께 티 테이블 위 세계정복>,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 <1일 1면식>, <예술가와 네 발 달린 친구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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