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움]
평창 오대산
-겨울을 만나러 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강설량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당연히 평창이라 답하겠다. 가본 적은 없어도 하얗게 눈이 쌓인 강원도의 이미지는 상상이 된다. 온통 하얀 세상, 손이라도 닿으면 금방 더러워질 것처럼 깨끗한 풍경. 이 아름다움 때문에 그 추위를 뚫고 겨울이면 모두가 평창에 간다. 하늘을 가릴 듯 높게 뻗어 있는 빌딩이 아닌, 나무 사이를 걸으며 눈을 밟고 발끝이 차갑게 얼어가는 기분을 즐긴다. 그 유명한 대관령도 평창에 있으니, 의외로 눈에 담을 만한 풍경이 많다. 겨울 여행이 별게 있을까. 오직 이 추위 속에서 누리고 느낄 수 있는 풍경을 찾아서 떠나면 될 것을. 올해도 겨울을 만나러, 과감히 평창으로 떠나본다.
하얀 눈길에 발자국을 내다, 월정사
명상이라 불리는 오대산에는 부처님의 숨결이 닿아 있는 사찰이 있다. 월정사다. 1,400년의 역사를 품은 유서 깊은 이 절에는 팔각구층석탑을 포함한 다양한 국보가 숨겨져 있다. 사람이 만든 역사적 유물 외에 자연이 완성한 풍경 또한 보물이다. 깊은 수림, 웅장한 산맥을 등 뒤에 버젓이 세워둔 채 고고하게 시간을 견디는 아름다운 사찰.
월정사가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일주문부터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1킬로미터의 흙길에 1,700여 그루의 전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전나무는 사찰 주위에 많이 심는 나무라고 한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전나무를 덮은 하얀 눈. 이 신비로운 장관 속에서 걷기 위해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고서부터 더 유명해졌다고.
약 한 시간 동안 걷다 보면 온몸이 차가워지겠지만 하얀 공간에서 걷는 기분은 남다르다. 30미터 높이 나무의 단단함,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소음을 잠깐 잊어본다. 숲이 주는 청명한 공기부터 자연이 만들어 내는 소리, 눈이 부실 듯 반짝이는 눈까지. 기회가 된다면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에 첫 발자국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추위를 녹이는 시원한 황탯국 백반
오대산 먹거리 마을에 위치한 오대산 민속식당. 겉으로는 평범한 식당인 듯싶지만, 내공이 상당하다. 사찰 근처에서는 산나물비빔밥을 먹는 것이 으레 익숙해졌지만, 겨울은 다르다.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듯한 음식이 필요하다. 그게 강원도 황태로 만든 황탯국이면 더더욱 좋다. 11가지 반찬이 테이블에 가득 깔리고, 황태가 가득 든 국까지. 깊고 개운한 맛이 일품은 황탯국은 한입 먹는 순간 온몸이 사르르 녹아버린다. 황태 살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씹히고, 간이 강하지 않아서 막힘없이 먹을 수 있겠다. 밥과 국,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더 리필을 해준다고 하니 겨울 여행을 위해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것은 걱정이 없다.
세상을 백지로 만드는 겨울의 대관령 양떼목장
고지대에 있는 양떼목장. 둥근 언덕이 온통 눈으로 가득하니 감히 발자국도 내기 무섭다. 세상이 지워진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하얗고 깨끗하다. 삐죽하게 선 나무들은 세상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의 낙서 같다. 두툼하게 쌓인 눈들은 뭐랄까, 솜이불 같은 느낌도 든다.
봄과 여름, 가을이면 이 아름다운 목장에 방목하는 양들을 볼 수 있겠지만 겨울은 아니다. 그저 그 하얗게 쌓인 눈의 풍경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약 62,500평으로 부지가 넓다. 한 바퀴를 도는데 넉넉잡아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오르는 길이 가파르니, 눈이 온 날에는 미끄러질 위험도 크다. 좌측과 우측 어디로 가든 상관은 없지만, 추천하고 싶은 코스는 왼쪽으로 올라가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걷는 길. 정상에서는 양떼목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니, 황탯국을 먹은 것 이상으로 속이 다 시원할 것이다. 날이 아주 깨끗한 날이면 그 너머로 굽이치는 산맥까지 볼 수 있다.
한 바퀴를 돌아서 내려오면 양들이 추위를 피해 숨어있는 목장이 있다. 토실토실 털이 가득 자란 양들이 울고 있다. 이곳에서 목초 주기 체험도 가능하다. 목초를 받아서 가까이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양들이 고개를 쭉 빼고 혓바닥을 내민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욕심내서 달려들 수 있으니 겁먹지 말고 하나씩 차분히 주다 보면 금방 동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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