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되돌아온 여행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만나는 여행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칼럼니스트)
되돌아온 여행
코로나19를 만나며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하나는 바로 ‘여행’ 이었다. 산업의 측면에서 보아도 변화가 심했지만, 각 개인의 관점에서 봐도 많은 게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활력을 위해 떠나던 여행은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렸고, 그간 여행으로 쌓은 추억을 떠올리며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여행은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실제로 여행 수요 회복은 매우 가파르게 진행중이다.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작한 여행 업계는 대부분 올해 전년 동기 대비 100%를 넘어서는 매출 성장세를 보이며 과거의 흐름을 되찾고 있다. 연말까지 이어질 패키지 여행에 대한 관심도 높고, 예약률과 패키지 송출객 수 모두 평균 200~400% 사이의 증가세를 보이며 여행 수요가 회복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여행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속으로 다시 귀환한 것이다.
다만, 다시 귀환한 여행은 과거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떤 모습이 변화했는지, 그리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액티비티, “경험” 이 중심에 서다.
첫번째로 “액티비티” 의 개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액티비티란 “활동” 을 뜻하는 영단어다. 즉, 여행을 가서 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액티비티 지향형 여행이 주를 이루며 “어디를 갔는지” 보다 “무엇을 했는지” 가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만큼 의미 없고, 수동적인 여행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행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크다.
이미 뉴미디어는 여행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여행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생생한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여행 블로거들 역시 살아있는 정보를 송출한다. 이렇게 정보가 다변화된 뉴미디어 시대에서 대중들은 자신이 원하는 여행과 연관된 정보를 찾기 쉬워졌다. 그러니 좀 더 많은 활동을 찾아보고 디자인하는 과정까지 나아가고 있다.
게다가 수동적 여행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오감을 활용해 다양한 경험을 즐겨야 진짜 여행이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여행을 위해 쓰는 돈이 더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모든 라이프스타일 환경에서 수동적인 인식보다는 신체의 기관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대중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여행이지는 액티비티 목적의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사이판 여행 상품을 추천하거나,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위해 미서부 여행 상품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행보로 액티비티와 경험 중심 여행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다른 여행 업계의 움직임 역시 마찬가지여서, 이런 변화는 앞으로 여행의 기준 중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해진 곳에서 쇼핑하고 사진 찍는 여행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다. 액티비티와 경험을 중심으로 한 변화는 우리에게 훨씬 더 흥미로운 여행의 시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여행
두번째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여행이다. 존재하는 여행 상품 중에서 고르는 건 맞다. 하지만 각자의 취향이나 생각을 반영해 여행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있다.
애초에 현 시점 트렌드는 “일방적 공급” 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일명 “취향소비” 라고 불리는 트렌드는 대중들이 각자의 취향이나 생각에 따라 소비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테면 이렇다. A라는 회사가 B라는 주력 제품을 생산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A는 B만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각자 취향은 다양할 것이고, 생각도 매우 많을 것이다. 이런 대중들을 위해 C, D 라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설득해야 한다. 이게 취향소비의 핵심이다.
여행 역시 마찬가지다. 한 가지 상품만 존재한다면 선택할 이유가 없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상품도 추천 받고, 이를 통해 다양한 선택의 가능성을 실험해야 한다.
실제로 여행이지는 “누구”, “어디”, “무엇” 과 같은 선택 기준을 통해 여행 취향을 반영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고도화가 되어 정교함이 높아졌는데, 2분기 기준 이용률은 직전 분기 대비 137% 정도 늘었다. 특정 기간으로 한정하면, 전년 동월 대비 394%까지 상승한 달도 있다. 그만큼 접근도 많고, 관심도 많았다는 뜻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대중이 일일이 찾아 세팅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주기 때문이다. 불편함은 줄어드나, 각자의 취향이나 생각을 반영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접근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앞으로도 여행의 기준을 제시할 서비스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행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
이렇게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여행과 여행 서비스가 변화하며 우리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여행은 계획하는 순간부터 설레는 과정을 동반한다. 이 설렘을 좀 더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변화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스스로에게 어떤 여행을 원하는지 질문해보자.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여행은 여러분의 행복감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가끔은 훌쩍 떠나는 자유로움을 발휘해 보시기 바란다.
노준영 작가 :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마케터, 컨설턴트다.
CJ E&M 에 방송 작가로 데뷔해 "츄잉팝", "뮤딕", "팝콘"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다. 이후 K팝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마케팅컴퍼니 엔' 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한 후 JTBC, 휠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NICE세무법인 등 다수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 업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과 기관 강연을 진행하며 살아있는 트렌드와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요즘 소비 트렌드"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