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일상의 편리함을 더하는 ‘큐레이션’
지금 큐레이션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큐레이션, 정보는 정리되어야 한다
얼마 전 필자는 모 쇼핑 어플의 알람을 받기 시작했다. 사실 어플을 통해 많은 알람이 오는 걸 선호하지 않다 보니, 중요한 어플 말고는 알람을 모두 꺼둔 상태였다. 그러다 알람을 받아야만 하는 이슈가 발생했고, 다시 켜 두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얼마 후, 필자는 흥미로운 알람 메시지를 받았다. 화장지를 추천하는 메시지와 함께 “살 때가 되었다” 는 내용을 담은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화장지를 사야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알람을 따라가 구매를 하게 되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아마 유사한 경험, 또는 알람을 받아 보신 일이 있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도대체 이런 알람, 어떻게 올 수 있었던 걸까?
방식은 간단하다.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의 상품 구매 이력을 분석한다. 상품 구매 주기, 시간, 수량 등의 정보가 대상이 된다. 이 정보들을 가공해 고객이 구매할 것만 같은 시점을 산출해내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우리는 “큐레이션” 이라고 말한다.
용어 자체는 새로운 개념처럼 느껴지지만, 뜻은 간단하다.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에서는, 고객의 구매 관련 정보들을 가공해 ‘구매주기예측’ 이라는 새로운 정보를 창출해냈다. 그래서 큐레이션에 해당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런 큐레이션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접해봤을 큐레이션, 이 큐레이션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을까?
개인화, 맞춤형 서비스의 원천
첫번째는 개인화다. 맞춤형 서비스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 개인에게 꼭 맞는 서비스나 상품을 제공하라면, 해당 개인이 가진 수많은 정보들을 분석해 답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 큐레이션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변에서 쉽게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음원 서비스에 들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나를 위한 추천곡들이 생긴다. 이 추천곡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보이는 게 아니다. 모든 사용자가 다 다른 추천곡들을 손에 쥐게 된다. 즉, 개인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런 과정의 중심에는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분석한 큐레이션이 존재한다.
영상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유튜브를 비롯해, 우리가 널리 쓰고 있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서비스들은 추천 영상이라는 이름으로 개인화를 진행한다. 이 역시 모든 사용자들에게 똑같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게 아니라, 모두 다 다른 콘텐츠를 제공한다. 추천 과정에는 역시 큐레이션이 작동한다. 시청이력을 통해 어떤 장르나 내용을 좋아하는지 분석하고, 이에 따라 추천할만한 영상의 리스트를 뽑아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검색한 이력이나, 구매한 목록 등을 분석해 연관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렇게 만나게 되는 제품은 대부분 소비 연결성이 높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큐레이션이 개인화를 꿈꾸는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이런 변화가 엔터테인먼트와 유통, 쇼핑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모든 분야가 변화하고 있지만, 특히 교육 업계는 더 눈에 들어온다.
교원그룹의 교원위즈는 초중등사업 강화를 위해 영어학원 브랜드인 “플래너스” 를 선보였다. 플래너스의 핵심은 초등 3학년부터 중등 3학년을 주요 대상으로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개인별 학습 진도 상황을 분석해 티칭과 컨설팅도 제공하는데, 이 역시 정보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추는 큐레이션의 한 형태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교원은 플래너스 뿐만 아니라 빨간펜으로도 자녀 종합진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이의 발달수준에 맞춰 개인화된 학습지와 학습 프로그램 등 성장 가이드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종합진단 프로그램 역시 검사를 통한 아동의 정보를 분석해 개인화된 방향성을 내놓는 것이라 큐레이션에 해당한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모든 산업계가 큐레이션을 통해 달라지고 있다. 앞으로도 개인화된 결과물을 제공하는 데 있어서, 큐레이션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개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먹구구식은 이제 그만, 주제화 큐레이션
무조건적으로 많은 선택지를 모아 놓고 고객에게 제시하면 과연 좋은 것일까? 아무리 산해진미를 잔뜩 가져다 놓아도, 분명 다 먹을 순 없을 것이다. 차라리 나라별 음식을 나눠 차례로 제공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이런 생각의 한 켠에 역시 큐레이션이 존재한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셀렉션을 넘어서, 이제는 주제별로 정리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시대다. 이 역시 큐레이션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형태의 큐레이션은 특히 여행 업계가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최근 야놀자의 데일리호텔은 큐레이션을 적용해 변신을 시도했다. 고객 니즈를 반영해 일본,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주요 도시의 인기 숙소를 엄선하고, 가족 여행·허니문 등 다양한 여행 테마별 맞춤형 숙소 정보를 한 화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도 큐레이션을 통한 정리를 시도했지만, 조금 더 나아간 시도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무조건적으로 많은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주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고객이 이 정보를 정리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지금의 트렌드에는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주제를 정해 한 번 더 정리하는 큐레이션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교원의 여행이지가 출시한 “여행설계자들 패키지” 도 이런 큐레이션의 강점을 받아들였다. SNS에서 주목받는 핫플레이스를 주제로 여행 코스를 정리해 구성했다. 프로그램 ‘여행설계자’ 와 공동기획 했으며 인기 맛집, SNS 인증샷 명소 등 고객에게 꼭 필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패키지를 만들었다. 아마 이런 시도가 없었다면, 흩어져 있는 맛집과 명소를 정리하느라 시간을 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제화 큐레이션을 통해 고객의 시간을 절약하고,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주제화 큐레이션은 고객의 수고로움을 덜고, 여력을 더 확보하게 만드는 영리한 선택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앞으로도 많은 업계에 적용되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것이다.
정리가 의미를 가지는 시대, 당신의 선택은?
큐레이션은 정리가 의미를 가지는 시대를 상징한다. 심지어 “공간정리” 기술도 주목받는 이 시대의 트렌드에서, 수많은 정보의 정리는 당연히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여러분은 소비의 선택을 위해 정리된 정보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흩어져 있는 정보를 선택할 것인가? 아마 대부분의 경우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이 선택이 가지는 의미를 한 번쯤 고민해 보시기 바란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큐레이션 안으로 들어와 있고, 라이프스타일을 더 편하게 바꿔 나갈 테니 말이다.
노준영 작가 : 중앙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마케터, 컨설턴트다.
CJ E&M 에 방송 작가로 데뷔해 "츄잉팝", "뮤딕", "팝콘" 등의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을 진행했다. 이후 K팝 매거진 편집장을 거쳐 '마케팅컴퍼니 엔' 이라는 개인 회사를 설립한 후 JTBC, 휠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내셔널지오그래픽, NICE세무법인 등 다수의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회사 업무와 더불어 수많은 기업과 기관 강연을 진행하며 살아있는 트렌드와 마케팅 지식을 전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싸의 시대, 그들은 무엇에 지갑을 여는가?", "디지털 마케팅 트렌드, 인싸력을 높여라!", "이것이 메타버스 마케팅이다", "요즘 소비 트렌드"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