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웨딩의 기준도 “가치”,
트렌드와 팬더믹을 만난 “웨딩” 의 변화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이 시대의 웨딩이란?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웨딩은 말이다. 하지만 통과의례처럼 느껴졌던 웨딩의 개념을 이제 이렇게 부담스럽게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 MZ세대에게 웨딩이란 선택에 따른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이라던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가 그렇게 인기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통계청에 따르면 2028년이 되는 시점에 전국 시도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구구성비 중 최다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나혼자산다” 를 표방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수없이 많다. 이들을 위해 1인 주문, 1인 가전 등 1인 가구 특화 상품들이 넘쳐난다. 그러니, 굳이 불편함을 느낄 새도 없다는 게 요즘 1인 가구들의 한마디다.
하지만 필자는 웨딩의 의미 자체가 퇴색했다고 보진 않는다. 출생이 감소하고, 웨딩 건수도 줄어들고 있다는 통계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웨딩은 이제 각자의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개인중심” 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출생을 통해 자녀를 낳는 게 당연한 시대를 지나, 이제는 웨딩 당사자의 행복지수를 고려하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즉, 웨딩에 관한 가치의 중심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한 단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이런 가치의 변동은 웨딩 트렌드도 바꾸고 있다.
혼수 중심 주의, 홈코노미의 대세
첫번째는 웨딩이 혼수 중심 주의로 면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G마켓이 내놓은 통계가 있다. G마켓은 혼수용 가구와 가전으로 평균 구매단가(일명 객단가)를 냈다. 이 결과 혼수용 가구와 가전의 객단가는 2020년 대비 22%가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TV, 식기세척기, 인덕션, 의류 관리기 등 다양한 가전들의 객단가도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혼수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웨딩 자체에 들어가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객단가는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가 나왔다. 웨딩보다는 혼수에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팬더믹을 맞이한 우리에게 웨딩으로 치장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졌다. 또한 실속을 강조하는 MZ세대들에게 남에게 보이고 싶어 큰 비용을 들이는 건 자신들의 행복 기준과는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퍼졌다. 여기에 집에서의 모든 경제활동을 의미하는 홈코노미의 개념이 더해지면서, 집에서 필요한 다양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트렌드와 MZ세대의 가치가 함께 작용하면서 웨딩은 행사보다는 혼수로 넘어오는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스몰웨딩과 ‘실속’ 의 가치
스몰웨딩도 계속되는 트렌드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보여주기 식의 사람 초대보다는 정말 의미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이 퍼지며 이 역시 ‘실속’ 의 한 측면을 담당하고 있다. 사실 경조사는 필연적으로 ‘주고 받는’ 의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초대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났던 것도 냉정하게 봤을 때는 사실이다. 진짜 축복이 자리해야 할 웨딩에 사회적 이해관계가 위치하는 현상이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에게 이런 가치는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두 사람이 가장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웨딩의 중심축이 신랑과 신부를 온전히 향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서 언급한 혼수중심주의도, 스몰웨딩 트렌드도 웨딩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 속에 변화하고 있는 트렌드다. 따라서 실속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비용 대비 큰 만족이라기 보단, 비용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쓰는 것보다 웨딩 당사자를 위해 사용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물론 실속에 대한 가치에 스몰웨딩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트렌드라고 칭할 만큼, 변화의 물결은 뚜렷하다. 코로나와 함께 해외 신혼여행지를 찾지 못하게 된 부부들은 국내 여행지를 찾는다. 다만, 단순히 국내를 찾아서 의미 없는 여행을 하는 건 아니다. 스스로 스케쥴을 짜고, 경험해보고 싶은 걸 정하는 “DIY형” 국내 신혼여행이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예전 개념의 신혼여행도 존재하지만 각자의 기호에 따라 캠핑을 결합한 형태로 추억을 쌓는 등 숙소가 다변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같은 비용을 들여도 각자의 기준에서 더 흥미로운 걸 선택하겠다는 실용주의가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실속 있는 가격에 해외로 향할 수 있는 트래블버블도 관심을 모은다. 트래블버블이란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우수 지역 간에 안전막을 형성,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현재 사이판이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며, 실제로 여행사인 KRT는 사이판 상품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며 여행 수요와 함께 실속 있는 가치에 대한 관심까지 반영하고 있다.
또한 “웨딩 전환 서비스” 와 같은 다양한 활용성도 이 트렌드와 방향을 같이 한다. 실제로 웨딩 전환은 또다른 경조사라 할 수 있는 “상조” 와 연관되어 있다. 웨딩과 상조가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예측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최근 상조부금이 쌓이면 그 부금으로 웨딩 서비스를 이용하게 만드는 “스위치형” 서비스가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두 요소가 만나, 활용성을 극대화 시킨 것이다. 이는 각자의 상황을 반영해 실속을 챙기려 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앞으로 이렇게 전환이 가능한 서비스들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전망은?
이렇게 지나온 2021년의 웨딩 트렌드 변화는 2022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은 코로나 지속과 종식이라는 두 과제안에서 많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각자의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들의 성향상,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타인의 시선보다는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은 더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웨딩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혼수, 타인의 만족감 보다는 두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추세가 계속 강해질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추억을 남기는 방법도 다양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웨딩 앨범을 넘어서 지인들이 함께 축하해주고 댓글을 남기는 SNS 기념 계정 운영 등 다양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힘을 더해갈 뉴미디어 속에서 웨딩의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공간에 더 많은 이야기를 창조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따라서 뉴미디어를 활용한 웨딩 서비스에 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백신과 함께 호전을 맞이하면 트래블버블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따라서 여행 수요에 목말라 있는 부부들에게 추세를 감안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여행 상품을 구상하는 일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변화의 중심, “나”
스스로에 대한 집중은 이미 더 힘을 얻고 있다. 웨딩 트렌드 뿐만 아니라 각자 가장 잘하는 걸 선보이는 유튜브, 각자의 성향에 집중하는 플렉스 소비, 각자의 가치를 내세우는 미닝아웃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는 중이다. 따라서 웨딩 서비스 역시 달라진 상황에 대응하고, 각자가 중심이 될 수 있는 합리적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결국 웨딩의 중심은 이 시대가 말하는 각각의 “나” 라는 사실, 이 사실로 새로운 해답을 생각해 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