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코로나가 바꾼 명절,
현재진행형 트렌드는 무엇일까?
글 _ 노준영 (디즈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
코로나가 명절도 바꿨다. 매년 맞이하는 추석도 코로나가 가져온 언택트의 시대에서 많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물론 추석의 의미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음력 팔월 보름을 가리키는 추석은 가을을 대표하는 명절이다. 기후 변화에 따라 가을보다는 늦여름에 해당하는 시기에 맞이하는 상황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다가올 겨울의 의복을 장만하며 준비하는 시기를 정한 조상들의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추석은 농사라는 가장 중요한 일과 맞물려 풍요에 감사를 표하고, 다음해를 준비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농경사회는 아니기에, 이런 의미는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1년에 두 번 있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기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시간이다.
이런 추석의 의미와 시기적 중요성은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의미를 제외한 모든 게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는지, 또 여기서 우리가 읽어야 할 트렌드는 무엇인지에 관해 몇 가지 이야기를 꺼내본다.
#랜선, #언택트, #온택트
추석 뿐만 아니라 설날까지 포함해서 보자면, “랜선” 에 주목해야 한다. 흔히들 인터넷 환경을 이용하거나 혹은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부분을 랜선이라고 표현한다. 아이들이 나오는 예능을 보며 귀여워하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일명 “랜선이모”, “랜선삼촌” 이라고 표현한다. 인터넷과 SNS상에서 사귄 친구는 “랜선친구” 라고 말한다. 비대면으로 행해지는 모든 활동을 랜선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표현하고 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랜선은 명절에도 영향을 미쳤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게 불가능해지니 “랜선차례” 라는 개념이 나타났다. 공간은 다르지만, 같은 시간에 언택트 환경을 활용해 모여 조상의 뜻을 기리는 것이다. 랜선차례는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가족들을 모이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되어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부모님을 찾아뵙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자식들은 화상통화나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해 인사를 전한다. 화상 역시 랜선의 개념에 들어간다. 즉, 명절의 변화는 모두 랜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온택트” 라는 신조어를 하나 더 알고 넘어가야 한다. 언택트는 단순한 비대면을 뜻하는 것이고, 온택트는 연결의 개념을 추가하는 것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모든 플랫폼과 상황이 온택트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명절을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알아본 모든 것들이 바로 온택트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의 시국 속에서 랜선을 활용해 온택트 명절을 추구하고 있는 상태다.
#건강, #나에게대한집중
온택트의 상황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선물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선물이라는 판단이 무게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 시국 이후 명절 선물 매출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이며, 유통업계는 명절 선물 예약 범위를 넓히며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건강관련제품의 약진은 눈에 띈다.
올리브영, 롭스 같은 H&B 스토어들이 건강에 집중한다. 보통은 건강보다 뷰티 제품에 더 힘을 줘 왔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H&B 스토어의 성장 방식은 건강에 대한 집중이었다. 심지어 롭스는 아예 건강기능식품 특화 매장을 오픈했을 정도다. 홍삼 제품들은 또 어떤가? MZ세대들의 건강기능식품 유입이 늘어나며 큰 매출 성장을 이뤄냈다. 이 같은 경향은 명절 선물세트도 마찬가지다. 보통 단순 먹거리 쪽에 많이 집중되었던 명절 선물은 건강기능식품, 위생용품 등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변모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코로나 시국이 큰 영향을 발휘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집중을 강조하는 트렌드도 한 몫을 담당했다. 나를 챙기는 게 타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이 퍼졌고, 또한 자신의 건강이나 가치관에 집중하는 트렌드가 전면에 나섰다. 이 경향을 타고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앞으로도 기후 변화와 함께 건강이라는 핵심 주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생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나온다. 1인 가구의 증가, MZ세대의 자신을 강조하는 가치관은 스스로에 대한 집중을 더 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즉, 명절 선물에서 건강이라는 주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ESG, #환경
방금 언급했듯,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ESG의 중심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환경이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B국민은행, 현대자동자, LG, 삼성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ESG 반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업들을 넘어 유통업계도 ESG에 집중한다. 심지어 명절 선물세트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롯데마트는 공식적으로 ESG선물세트를 내놨다. 이 선물세트의 핵심은 폐기물을 줄이는 것이다. 포장 자체에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를 활용해 환경까지 생각한 선물을 기획했다. 중요한 건 가치다. 대중들은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을 소비에 반영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기왕이면 생각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제품을 고르려 애쓴다. 같은 비용을 쓰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명절선물세트 역시 이 즐거움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변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플렉스
또다른 하나의 트렌드는 프리미엄화다. 고향을 찾는 비용이 절감되면서 선물에 좀 더 투자해 프리미엄급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다수의 업체는 매년 가격대가 있는 선물제품군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설 기준으로 몇 가지 통계를 보면 답이 확실해진다. 현대백화점이 발표했던 통계를 보면, 설날을 기준으로 가격대가 있는 한우선물세트는 145% 넘게 매출이 올랐다. 이마트가 발표했던 통계 역시 유사하다. 10~20만원대에 해당하는 인삼, 더덕 등의 매출은 약 678%, 축산 우육세트는 25.9%, 굴비 등 수산세트는 92.1% 정도 성장세를 보였다. 그야말로 명절선물에 “플렉스” 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향은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타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가의 안마의자 매출이 상승하고, 최근에는 돌침대와 돌소파 같은 제품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안마의자, 돌침대, 돌소파는 앞서 언급한 건강에 대한 관심과도 연결되며 트렌드를 읽는 제품군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달라진 명절 소비 구조를 관통한 프리미엄화의 경향은 “잉여자원” 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각자의 집에서 감사의 마음을 최대치로 표현하려는 성향과 맞물려 프리미엄급 제품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적응은필수
달라지는 명절의 모습은 우리의 라이프 트렌드를 상징한다. 특히 전혀 변하지 않은 추석의 의미와는 달리, 추석을 보내는 라이프 스타일은 너무나도 달라져 있다. 트렌드를 읽는다는 건, 곧 대중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뜻이다. 또한 대중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건, 곧 소통을 시도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성큼 다가온 변화를 반영한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이번 추석을 “소통” 을 향한 하나의 과정으로 삼을 수 있을 바란다. 대중에게 대화를 건네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존재하니 말이다.